06편에서 우리는 알츠하이머병 치료가 왜 '더 일찍' 시작해야 효과적인지를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은 어떻게 진단할까요? 병원에 가면 정확히 어떤 검사를 받게 되는지, 그리고 그 검사들이 서로 무엇을 다르게 보고 있는지를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증상'을 보는 검사와 '병리'를 보는 검사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검사가 크게 두 가지 서로 다른 것을 확인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하나는 지금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얼마나 저하되어 있는지, 즉 '증상'을 확인하는 인지기능 검사입니다. 다른 하나는 뇌 속에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이 실제로 쌓여 있는지, 즉 병의 '생물학적 원인(병리)'을 직접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검사이기 때문에, '인지기능 검사 결과가 정상이다'가 곧 '뇌 속에 병리가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02편에서 살펴본 전임상 단계 개념과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출발점은 '인지선별검사'입니다
병원이나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하면 가장 먼저 받게 되는 검사가 병력 청취와 함께 이뤄지는 간이정신상태검사(MMSE)와 같은 인지선별검사입니다. 시간과 장소를 올바르게 인식하는지, 간단한 계산이나 기억, 언어 능력은 어떤지를 짧은 시간 안에 점검하는 검사입니다. 비용이 적게 들고 어디서나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선별'을 위한 검사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교육 수준이나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흔들릴 수 있고, 뇌 속에서 실제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려주지 못합니다.
이상 소견이 있으면 더 정밀한 신경심리검사로 넘어가고, 필요에 따라 뇌 MRI·CT 촬영을 통해 뇌의 구조적인 변화, 즉 특정 부위의 위축이나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함께 확인합니다.
뇌 속을 직접 들여다보는 검사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실제로 뇌 안에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이 쌓여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가 있습니다. 아밀로이드 PET·타우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은 특수한 방사성 표지 물질을 체내에 주입한 뒤 뇌를 촬영해, 단백질이 쌓인 부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정확도는 매우 높지만 검사 비용이 수백만 원에 이르고, 촬영 장비를 갖춘 대형병원에서만 가능해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또 다른 방법은 허리 부위에 바늘을 삽입해 뇌척수액을 채취하는 '요추천자'를 통한 뇌척수액(CSF) 검사입니다. 뇌척수액 속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농도를 직접 측정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지만, 침습적인 시술인 만큼 환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두통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PET과 CSF 검사는 모두 병원의 전문의가 증상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방침 결정을 위해 시행하는 정밀검사입니다.
'증상'이 아니라 '생물학'으로 진단하는 시대
최근 알츠하이머병 연구계에는 중요한 패러다임 전환이 있었습니다. 미국국립노화연구소 (NIA)와 알츠하이머협회 (AA)는 알츠하이머병을 더 이상 '기억력이 나빠졌다'는 증상만으로 진단하지 않고,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라는 생물학적 지표(바이오마커)를 기준으로 진단하는 프레임워크를 2018년 제시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에서는 증상 유무와 별개로, 바이오마커 검사를 통해 뇌 속에서 이미 병리가 시작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 생물학적 진단의 정확도가 높은 PET과 CSF 검사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비싸고, 침습적이고,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찾아온 것이 바로 '더 쉽고, 더 저렴하고, 덜 부담스러우면서도 정확한' 검사, 다시 말해 혈액검사였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혈액 바이오마커 검사
최근 몇 년 사이 이 혈액검사 기술이 실제로 임상에서 쓸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202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혈액 속 특정 단백질(pTau217)을 측정하는 검사는 아밀로이드 병리를 판별하는 정확도(AUC)가 0.97로, 침습적인 뇌척수액 검사(AUC 0.96)나 값비싼 아밀로이드 PET(AUC 0.97)과 사실상 동등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채혈 한 번으로, 대형병원의 값비싼 PET 장비나 침습적인 요추천자 없이도, 비슷한 수준의 정확도로 뇌 속 변화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런 혈액검사 역시 현재는 증상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전문 의료기관에서 진단 보조 목적으로 활용되는 검사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혈액검사 이야기를 더 깊게
정확도는 비슷한데 비용과 부담은 훨씬 적은 검사. 이것이 왜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의료계와 진단업계가 혈액 바이오마커 검사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혈액검사가 정확히 어떤 원리로 뇌 속의 변화를 알려주는지, 그리고 Aβ, p-tau, GFAP, NfL 같은 여러 지표들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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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및 출처
- Jack CR et al., "NIA-AA Research Framework: Toward a biological definition of Alzheimer's disease," Alzheimer's & Dementia, 2018
- Mattsson-Carlgren N et al., "Highly accurate blood test for Alzheimer's disease is similar or superior to clinical cerebrospinal fluid tests," Nature Medicine, 2024
- Palmqvist S et al., "Detailed comparison of amyloid PET and CSF biomarkers for identifying early Alzheimer disease," Neurology, 2015
- Clarivate, "알츠하이머병의 조기진단: 더 나은 치료를 위한 첫걸음", Clarivate Life Sciences & Healthcare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