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치료 효과가 있다면 왜 일찍 시작해야 할까요?

05편에서 우리는 레카네맙, 도나네맙 같은 질병조절치료제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이 약들의 임상시험은 대부분 경도인지장애나 경증 치매 단계의, 비교적 초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왜 하필 '초기'였을까요? 답은 우리 뇌를 이루는 신경세포의 근본적인 특성에 있습니다.

신경세포는 한 번 죽으면 되살아나지 않습니다

우리 몸의 많은 세포는 손상되면 새로운 세포로 대체됩니다. 피부 세포, 혈액 세포, 장 점막 세포는 끊임없이 분열하며 스스로를 갱신합니다. 그런데 성인의 뇌를 이루는 신경세포(뉴런)는 다릅니다. 해마 등 극히 일부 영역을 제외하면, 성인의 뇌는 새로운 신경세포를 거의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한 번 손상되어 죽은 신경세포와 그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 맺고 있던 연결(시냅스)은 사실상 그대로 사라집니다.

04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아밀로이드와 타우 병리가 누적되면서 신경세포는 서서히 손상되고, 결국 사멸에 이릅니다. 이 과정이 오래 누적될수록, 즉 병이 더 진행될수록, 이미 되돌릴 수 없이 사라진 신경세포와 연결의 양도 함께 늘어납니다.

치료제가 겨냥하는 것은 '진행 중인 과정'입니다

레카네맙이나 도나네맙 같은 질병조절치료제는 뇌 속에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즉 이 약들이 겨냥하는 것은 '앞으로 진행될 손상의 속도'이지, '이미 일어난 손상 자체'가 아닙니다. 플라크를 제거해서 더 이상의 신경세포 손상을 늦출 수는 있지만, 이미 죽은 신경세포를 되살리거나 이미 끊어진 연결을 복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림 1] 치료의 효과는 '언제 시작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림 1] 치료의 효과는 '언제 시작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출처: 신경세포 손상의 비가역성 및 질병조절치료제 임상시험 설계(early symptomatic AD 대상 진행)를 개념적으로 재구성 (실제 수치가 아닌 개념도)

위 그림은 이해를 돕기 위한 개념도입니다. 전임상 단계에서는 아직 증상이 없지만 뇌 속 병리는 이미 시작되었을 수 있습니다(02편 참고). 경도인지장애나 경증 치매 단계에 들어서면 신경세포 손상이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하는데, 바로 이 구간이 현재 승인된 질병조절치료제들의 임상시험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구간입니다. 반면 중등도 이상으로 병이 진행되면 이미 상당한 신경세포가 사라진 뒤이기 때문에, 같은 약물을 쓰더라도 되돌릴 수 있는 여지 자체가 크게 줄어듭니다.

효과와 부작용, 두 저울 사이의 균형

05편에서 살펴본 ARIA 같은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치료를 받을 가치가 있는지는, 결국 '얼마나 많은 신경세포와 시간을 아직 지킬 수 있는가'와도 관련이 깊습니다. 병이 초기일수록 지켜낼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에 치료의 이득이 위험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반대로 병이 많이 진행되었을수록 그 저울은 다르게 기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임상시험 설계 단계에서부터 대상 환자군을 초기 단계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았고, 현재 승인된 치료제들의 사용 기준 역시 이런 초기 단계 환자를 우선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치료제가 아무리 좋아져도, '이미 사라진 신경세포'까지 되살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치료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그 치료를 '언제' 시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집니다.

그렇다면, 심해지기 전에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여기까지 오면 자연스러운 질문이 떠오릅니다. 병이 많이 진행되기 전, 신경세포가 아직 많이 남아있을 때 알아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문제는 앞서 여러 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전임상 단계나 경도인지장애 초기 단계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매우 미묘하거나 거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병 연구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혹은 증상이 아주 미묘한 시점에 병의 진행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데 어떤 방법들이 쓰이고 있는지, 병력 청취와 인지기능 검사부터 영상 검사, 그리고 최근 주목받는 바이오마커 검사까지 전체 그림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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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및 출처

  • van Dyck CH et al., "Lecanemab in Early Alzheimer's Diseas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23 (Clarity AD)
  • Sims JR et al., "Donanemab in Early Symptomatic Alzheimer Disease," JAMA, 2023 (TRAILBLAZER-ALZ 2)
  • Alzforum, "Amyloid Cascade Hypothesis," alzforum.org
  • National Institute on Aging, "What Happens to the Brain in Alzheimer's Disease?," nia.nih.gov
  • Bettio LEB et al., "The effects of aging in the hippocampus and adult neurogenesis,"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