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치매도 치료제가 나왔다면서요?" 최근 몇 년 사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입니다. 04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알츠하이머병은 원인이 복잡하고 치료가 유독 까다로운 병입니다. 그런데도 2020년대 들어 이 흐름을 바꾼 신약들이 잇따라 등장했습니다. 다만 '치료제가 나왔다'는 말과 '완치할 수 있다'는 말은 다릅니다. 이번 편에서는 지금 우리가 가진 치료 옵션이 정확히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두 종류의 치료제: '증상 완화'와 '질병 조절'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 메만틴 등 오래전부터 쓰여온 '증상완화제'입니다. 이 약들은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조절해 기억력·집중력 같은 증상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병의 근본 원인인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 축적 자체를 줄이지는 못합니다.
이와 달리 최근 주목받는 레카네맙(lecanemab), 도나네맙(donanemab) 같은 약물은 '질병조절치료제(disease-modifying therapy)'로 분류됩니다. 이 약들은 항체 형태로 정맥주사를 통해 투여되어, 뇌 속에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직접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04편에서 살펴본 병리 연쇄의 출발점, 즉 원인 물질 자체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전 치료제들과는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임상시험은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레카네맙의 3상 임상시험인 Clarity AD 연구에서는 18개월 투여 후 인지·기능 저하 정도를 나타내는 CDR-SB 점수가 위약군보다 27% 덜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나네맙의 3상 임상시험인 TRAILBLAZER-ALZ 2 연구에서도 18개월 시점에 위약군 대비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35% 느려진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여기서 꼭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27% 덜 나빠졌다'는 것은 병이 멈췄다는 뜻도, 좋아졌다는 뜻도 아닙니다. 두 약물 모두 투여군에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인지기능은 계속 저하되었고, 다만 그 속도가 위약군보다 더 느렸을 뿐입니다. 즉 현재의 치료제는 '완치'나 '회복'이 아니라 '진행 지연'을 목표로 하는 치료라는 점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볍지 않은 부작용, ARIA
이런 항체치료제에는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이상(ARIA,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이 있습니다. 뇌에 일시적인 부종이나 삼출액이 생기는 ARIA-E, 미세 출혈이 나타나는 ARIA-H로 나뉘는데, 대부분 경미하거나 증상이 없이 지나가지만 드물게는 심각한 뇌부종이나 뇌출혈로 이어져 입원이 필요하거나, 매우 드물게는 사망에 이른 사례도 보고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치료 중에는 정기적인 뇌 MRI 검사가 필수적이며, 특히 아포지단백E4(APOE4)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ARIA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투여 전 유전자 검사가 권고되기도 합니다.
지금의 치료제는 '치매를 없애는 약'이 아니라, '병이 나빠지는 시간을 조금 더 벌어주는 약'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약들은 모두 병이 많이 진행되기 전, 비교적 이른 단계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이뤄졌습니다.
완치약은 아니지만, '진행을 늦추는 치료'라는 새로운 시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금의 알츠하이머병 치료는 병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병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완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 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병의 원인 물질을 직접 표적으로 삼는 치료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분명 알츠하이머병 치료 역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입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드는 질문이 있습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은 대부분 경도인지장애나 경증 치매 단계의, 비교적 초기 환자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초기'라는 조건은 왜 이렇게 중요한 걸까요? 병이 이미 많이 진행된 뒤에는 똑같은 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다를까요?
다음 편에서는 바로 이 질문, 즉 효과가 있는 치료라 하더라도 왜 '일찍' 시작해야 하는지를 신경세포의 특성과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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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및 출처
- van Dyck CH et al., "Lecanemab in Early Alzheimer's Diseas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23 (Clarity AD)
- Sims JR et al., "Donanemab in Early Symptomatic Alzheimer Disease," JAMA, 2023 (TRAILBLAZER-ALZ 2)
- Eisai Co., Ltd., "Eisai Presents Full Results of Lecanemab Phase 3 Confirmatory Clarity AD Study," 2022
- eNeuro, "Lecanemab and Donanemab as Therapies for Alzheimer's Disease: An Illustrated Perspective on the Data," 2024
- Being Patient, "Alzheimer's Treatments 2026: Every FDA-Approved Therapy and What Comes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