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왜 알츠하이머병은 완치가 어려울까요?

1906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이 병을 처음 학계에 보고한 이후, 10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인류는 암을 정복하고, 감염병을 백신으로 막아냈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완치법을 찾지 못했을까요?

'하나의 원인'으로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알츠하이머병이 단 하나의 원인으로 딱 떨어지게 설명되는 병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02편에서 살펴본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병리 연쇄가 핵심 축이긴 하지만, 여기에 더해 뇌의 만성 염증 반응, 혈관 건강 저하로 인한 혈류 감소,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그리고 유전적 요인과 생활습관까지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병을 만들어냅니다.

[그림 1] 알츠하이머병은 '하나의 원인'으로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그림 1] 알츠하이머병은 '하나의 원인'으로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출처: Alzforum, National Institute on Aging 등 알츠하이머병 병인론(multifactorial etiology) 관련 자료를 참고하여 재구성

이 때문에 "원인을 하나 제거하면 병이 멈출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약을 만들어도 이미 진행된 타우 병리나 신경염증, 혈관 손상은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마치 여러 개의 도미노가 동시다발적으로 쓰러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만 세운다고 전체가 멈추지는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 자체가 늦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타이밍입니다. 02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알츠하이머병의 병리는 증상이 나타나기 15~20년 전부터 시작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환자가 기억력 저하 같은 증상이 뚜렷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고, 그때는 이미 상당수의 신경세포가 돌이키기 어려운 손상을 입은 뒤인 경우가 많습니다. 불이 이미 크게 번진 뒤에 진화를 시작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셈입니다.

수많은 후보물질이 임상시험에서 실패했습니다

이런 이유들이 겹치면서,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은 다른 어떤 질환보다도 험난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진이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동안 임상시험 단계까지 진입한 알츠하이머병 후보물질 244개 중 최종 승인을 받은 것은 단 1개뿐이었습니다. 실패율로 따지면 99.6%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그림 2] 2002~2012년, 알츠하이머병 신약 임상시험의 결과
[그림 2] 2002~2012년, 알츠하이머병 신약 임상시험의 결과 출처: Cummings JL et al., Alzheimer's Research & Therapy, 2014

왜 이렇게 실패율이 높을까요? 앞서 살펴본 다중 원인의 복잡성 외에도, 뇌라는 장기 자체가 약물을 전달하기 까다로운 환경(혈뇌장벽)이라는 점, 그리고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군을 정확히 골라내기 어렵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겉으로는 비슷한 기억력 저하를 보이더라도, 그 원인이 진짜 알츠하이머병인지 다른 질환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임상시험이 진행된 경우도 많았습니다.

'원인을 하나 제거하면 병이 멈출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이유는, 애초에 이 병이 여러 갈래의 원인이 겹쳐서 만들어지는 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단'이 먼저입니다

이 모든 어려움을 뒤집어 생각하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합니다. 원인이 복잡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이 예후를 크게 좌우하며, 그동안 임상시험이 실패해온 이유 중 상당수가 '정확한 환자 선별의 어려움'과 관련 있다면, 결국 관건은 병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정말 알츠하이머병이 맞는지를 더 정확하고 더 일찍 확인하는 일입니다. 최근 몇 년간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무게중심이 '새로운 치료제 개발'만큼이나 '정확한 진단 기술 개발'로 옮겨가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렇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근 실제로 승인된 치료제들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치료제들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어디까지 효과를 보이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치료가 어려운 병일수록, 더 일찍 상태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셀첵으로 지금 나의 인지기능 상태를 점검해보세요.

참고 및 출처

  • Cummings JL, Morstorf T, Zhong K, "Alzheimer's disease drug-development pipeline: few candidates, frequent failures," Alzheimer's Research & Therapy, 2014
  • Alzforum, "Amyloid Cascade Hypothesis," alzforum.org
  • Selkoe DJ, Hardy J, "The amyloid hypothesis of Alzheimer's disease at 25 years," EMBO Molecular Medicine, 2016
  • Jack CR et al., "NIA-AA Research Framework," Alzheimer's & Dementia,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