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치매는 병명이 아닙니다 —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무엇이 다를까요?

"할머니가 치매래요."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병이래요." 두 문장, 어딘가 비슷하게 들리지만, 엄밀히 말하면 같지 않습니다. 이 글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정리하고 싶은 것은,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이 두 단어의 관계입니다.

치매는 '병'이 아니라 '증상'입니다

치매(dementia)는 특정 질병을 지칭하는 이름이 아닙니다. 기억력, 언어능력, 판단력, 시공간 지각 능력 등 여러 인지기능이 이전보다 뚜렷하게 나빠져 혼자 힘으로 일상생활을 꾸리기 어려운 상태를 통틀어 일컫는 말입니다. 비유하자면 치매는 열이나 통증처럼 여러 원인이 만들어내는 공통 증후군에 가깝습니다.

열이 나는 질병의 원인이 다양한 것처럼 치매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흔한 원인이 바로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입니다. 전체 치매 환자의 약 60~70%가 알츠하이머병 때문에 치매 증상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밖에도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등 다양한 원인 질환이 있고, 여러 원인이 한 사람에게 동시에 겹쳐 나타나기도 합니다.

  • 치매 = 인지기능 저하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상태
  • 알츠하이머병 = 그 상태를 만드는 가장 흔한 원인 질환

이 글에서 다룰 이야기 대부분은 이 알츠하이머병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기억력 저하만이 치매의 전부는 아닙니다

치매라고 하면 흔히 "깜빡거리는 것"만 떠올리기 쉽지만, 인지기능에는 기억력 말고도 다양한 능력이 포함됩니다. 계획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실행 기능,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 공간과 방향을 파악하는 시공간 능력,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 모두 인지기능의 영역입니다. 알츠하이머병 초기에는 기억력 저하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다른 인지 영역도 함께 영향받습니다.

물론, 깜빡거림이 잦다고 치매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단어가 잘 안 떠오르거나 물건을 어디 뒀는지 헷갈리는 것은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정상적인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기억이 나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치매성 기억력 저하와 구분됩니다.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알츠하이머병은 뇌 안에 두 가지 비정상 단백질이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서서히 손상되는 병입니다. 하나는 신경세포 바깥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beta) 플라크이고, 다른 하나는 신경세포 안에 엉키는 타우(tau) 단백질입니다. 이 두 단백질이 뇌 곳곳에 쌓이면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이 끊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신경세포 자체가 죽어갑니다. 그 결과 뇌는 점점 부피가 줄어드는(위축되는) 변화를 겪습니다.

특히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해마(hippocampus) 부위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영향받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 초기에는 "오늘 있었던 일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 기억력 저하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 그림은 정상적인 뇌와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된 뇌를 단순화해서 비교한 모식도입니다.

[그림 1] 정상 뇌와 알츠하이머병 뇌 비교 모식도
[그림 1] 정상 뇌와 알츠하이머병 뇌 비교 모식도 오른쪽 뇌에서 붉은 점은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나타냅니다 · 출처: Alzforum, National Institute on Aging(NIA) 자료를 참고하여 유셀첵 매거진에서 재구성

정상 노화에서 치매까지, 하나의 스펙트럼

알츠하이머병은 어느 날 갑자기 발병하는 병이 아니라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병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대략 다음과 같은 스펙트럼으로 설명합니다. 검사로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정상 상태에서, 본인만 미묘한 변화를 느끼는 주관적 인지 저하 단계를 거쳐, 검사로만 인지기능 저하가 확인될 정도로 일상생활은 아직 유지되는 경도인지장애(MCI) 단계, 마지막으로 일상생활에서 분명한 지장을 끼치는 치매 단계로 이어집니다.

[그림 2] 인지기능 저하의 스펙트럼: 정상에서 치매까지
[그림 2] 인지기능 저하 스펙트럼: 정상에서 치매까지 출처: Alzheimer's Association, National Institute on Aging(NIA-AA) 진단 프레임워크를 참고하여 재구성

희망적인 부분은, 이 흐름이 정해진 일방통행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모든 사람이 치매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일부(약 10~15%)만 치매로 전환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원인과 관리 여부에 따라 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개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단계에서 문제를 알아차리느냐가, 이후의 이야기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번 편에서는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의 관계, 그리고 이 병이 정상 노화와 어떻게 다른지를 정리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한 걸음 더 들어가, 증상이 나타나기도 전인 그 오랜 '침묵의 시간' 동안 우리 뇌 속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내 뇌는 지금 어느 단계에 있을까요? 유셀첵 인지기능 분석 서비스로 나의 인지기능 상태를 스스로 점검해보세요.

참고 및 출처

  • Alzforum, "Alzheimer's Disease Overview," alzforum.org
  • National Institute on Aging, "What Happens to the Brain in Alzheimer's Disease?," nia.nih.gov
  • Alzheimer's Association, "Facts and Figures Report," alz.org
  • Jack CR et al., "NIA-AA Research Framework: Toward a biological definition of Alzheimer's disease," Alzheimer's & Dementia,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