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로 나뉘는 몸의 반응
음식 때문에 몸이 불편할 때, 원인은 다 같은 걸까?
누구나 탈나는 음식, 나만 유독 예민한 음식
상한 음식을 먹으면 누구나 배탈이 납니다. 식중독균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면 체질과 상관없이 거의 모든 사람이 비슷한 증상을 겪습니다. 이런 반응은 누구나 겪는 반응입니다.
그런데 어떤 음식은 다릅니다. 같은 빵을, 같은 우유를, 같은 새우를 먹어도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고 누군가는 유독 불편해합니다. 이런 경우는 그 음식 자체가 상했거나 나쁜 게 아니라, 내 몸이 그 음식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남들과 다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음식은 단순한 영양소 공급원이 아닙니다
음식이라고 하면 흔히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같은 영양소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 음식에는 그보다 훨씬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 몸은 이 음식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동시에, 그 안에 들어 있는 여러 물질과 끊임없이 접촉하고 있으며 이러한 접촉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이 장(腸)입니다. 장은 음식을 소화·흡수하는 기관이면서, 동시에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면역세포가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몸의 반응은 왜 사람마다 다를까?
같은 음식이 장을 통과할 때, 그 음식을 얼마나 잘 소화·흡수하는지, 그리고 면역계가 그 음식 속 성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차이는 타고난 소화 효소의 차이일 수도 있고, 장 건강 상태의 차이일 수도 있고, 평소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의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음식은 원래 몸에 좋은 음식이니까 누구에게나 좋을 것이다"라거나 "이 음식을 먹고 불편했으니 이 음식은 나쁜 음식이다"라고 단순하게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건 이 음식이 좋은가 나쁜가보다 이 음식이 지금 내 몸과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국제 알레르기·임상면역학회(EAACI, WAO)의 기준에서도 음식으로 인한 이상 반응을 이 두 갈래로 먼저 나눕니다. 음식을 섭취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독성 반응과, 개인의 체질에 따라 특정인에게만 나타나는 비독성 반응입니다.
체질에 따라 다른 경우, 그 안에서도 또 나뉩니다
나만 유독 예민한 비독성 반응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소화 효소가 부족하거나 특정 화학물질에 민감해서 생기는 경우로, 면역계가 직접 관여하지 않습니다. 유당(젖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생기는 유당불내증이 대표적입니다.
다른 하나는 면역계가 관여하는 경우입니다. 몸의 방어 시스템인 면역계가 특정 음식 속 성분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반응을 일으키는 과민반응(Hypersensitivity)입니다.
면역학자들이 정리해 둔 네 가지 과민반응
면역학에서 과민반응(hypersensitivity)은 면역계가 항원에 대해 과도하거나 부적절하게 반응하여 조직 손상이나 질환을 유발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1963년, 면역학자 필립 젤(Philip Gell)과 로빈 쿰스(Robin Coombs)는 면역계가 관여하는 과민반응을 매개하는 물질에 따라 네 가지 유형 (제1형~제4형)으로 정리했습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면역학의 기본 분류 체계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 유형 (Type) | 명칭 | 주요 매개체 | 발현 속도 | 대표적 임상 예시 |
|---|---|---|---|---|
| 제1형 (Type I) |
즉각형 과민반응 (Immediate) |
IgE 항체, 비만세포, 히스타민 |
수분 ~ 수시간 (즉각적) |
급성 음식 알레르기, 아나필락시스, 천식, 두드러기 |
| 제2형 (Type II) |
세포독성 과민반응 (Cytotoxic) |
IgG/IgM 항체, 보체, NK세포 |
수시간 ~ 수일 | 부적합 수혈 반응, 신생아 용혈성 질환, 중증 근무력증 |
| 제3형 (Type III) |
면역복합체 과민반응 (Immune Complex) |
IgG/IgM 항체, 면역복합체, 보체 |
수시간 ~ 수일 (지연적) |
지연성 음식 알레르기, 혈청병, 전신성 루푸스(SLE), 사구체신염 |
| 제4형 (Type IV) |
세포매개 지연형 (Delayed-type) |
T세포 (CD4+/CD8+), 대식세포, 사이토카인 |
24시간 ~ 72시간 (지연적) |
접촉성 피부염(옻나무 등), 투베르쿨린 반응, 장기 이식 거부 |
이 중 음식과 가장 관련이 깊은 것은 제1형과 제3형입니다. 제1형은 우리에게 익숙한 IgE가 관여하는 즉각형 알레르기이고, 제3형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면역복합체가 관여하는 지연형 반응입니다.
참고 자료
- Johansson, S. G. O., Bieber, T., Dahl, R., et al. (2004). Revised nomenclature for allergy for global use. 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113(5), 832-836.
- Boyce, J. A., Assa'ad, A., Burks, A. W., et al. (2010). Guidelines for the diagnosis and management of food allergy in the United States. 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126(6), S1-S58.
- Gell, P. G. H., & Coombs, R. R. A. (1963). Clinical Aspects of Immunology. Blackwell Scientific Publications.
- Lomer, M. C. (2015). The aetiology, diagnosis and management of food intolerance. Alimentary Pharmacology & Therapeutics, 41(3), 262-278.
- Stapel, S. O., Asero, R., Ballmer-Weber, B. K., et al. (2008). Testing for IgG4 against foods is not recommended as a diagnostic tool: EAACI Task Force Report. Allergy, 63(7), 793-796.